정책세상

2천억 생산했는데 매출 1500억원?...엉터리 생산실적 보고

뉴스더보이스 2023. 2. 24. 08:08
  •  주경준 기자/ 승인 2023.02.23 07:02

[진단] 동일 제조시설 위탁품목 14품목 중 10품목은 생산액 대비 매출 적자

제약사가 매년 취합 제출하는 생산실적의 보고 기준은 뭘까. 식약처에 보고된 생산실적기준으로 보면 생산액보다 매출액이 적으니 국내제약사는 대부분 적자여야 한다.

뉴스더보이스는 23일 유한양행의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를 비롯 위탁생산 4개 성분 50여 품목을 샘플링해 식약처에 보고된 생산실적과 매출액의 불일치 상황을 살폈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생산실적보고자료와 유한양행이 공시한 아토르바의 매출을 비교했다. 3년의 제품 유통기한과 재고를 고려 17~21년까지 공개된 5년 자료를 모두 살폈다.

결과적으로 유한양행은 식약처에 5년간 아토르바를 2019억원어치 생산했다고 보고했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15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둘 다 정확한 보고라면 품목하나 만으로 해마다 평균 100억원씩 5년간 500억원 적자다.

출처: 식약처 및 유한양행 / 정리 뉴스더보이스

원가에도 못미치는 낮은 급여약가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주력용량인 10mg는 662원, 20mg는 712원으로 오리지널보다 높고 40mg는 1105원으로 좀 더 저렴한 수준이다.

의약품 등 생산 및 수출·수입 실적 보고에 관한 규정에 따른 실적보고 서식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생산수량과 공장도 출하가의 곱으로 보고토록 하고 있어 생산실적액이 매출액을 상회하는 현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산실적이 매출보다 높은 현상은 말 그대로 데이터의 신빙성이 아예 떨어지거나 샘플과 군납용으로 최소 100억원어치씩 매년 생산했거나, 불용재고를 감수하고  5년간 매출액이 넘는 제품 생산을 꾸준히 하는 방만경영을 해왔다는 이야기 밖에는 안된다.

수출물량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부가세, 수출입실적보고 별도허가 등이 맞물려 있어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유한양행 교차검증 확인 결과 "수출실적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출처: 의약품등 생산 및 수출·수입 실적 보고에 관한 규정

<위탁생산 품목 14품목 생산실적대비 매출흑자 단 4품목>

데이터 비교가 용이해서 유한양행 아토르바 사례를 제시했을 뿐 엉망진창인 제약회사의 생산실적보고는 흔하고 흔하다.

오래된 고혈압복합제 위탁생산품목을 표본으로 유사한 분석을 진행했다. 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되는 20여 위탁생산품목중 21년 생산실적보고 이력이 있는 품목에 대해 유비스트 협조를 얻어 처방조제액 실적(상품명 비공개 조건)을 비교했다.

20여품목 중 14개 품목에서 21년 생산실적 및 원외처방조제액이 확인됐다. 이중 10개사의 원외처방조제액이 생산실적을 밑돌았다. 직접제조한 생산업체를 포함 단 4개사만이 생산실적 대비 원외처방액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생산 실적보고와 원외처방액 기준 단 4개사만 흑자였다.

생산실적보고액 대비 처방조제액 비율

또 생산실적 대비 두배 이상(125%) 원외처방액이 높은 약제부터 생산실적 대비 원외처방액이 1/4(-74%)밖에 안되는 품목까지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즉 같은 제조시설 생산품목내에서도 제약사별로 만약 1억 생산실적을 보고했다면 2억 2500만원 원외처방조제액 매출을 올린 곳부터 2600만원에 그친 곳까지 사실상 실적보고와 원외조제액의 비례관계에 대한 경향성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주먹구구식이었다.

이외 암로디핀 및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에제디미브 등 총 4개성분 위탁생산 품목(묶음의약품)의 생산실적 보고 및 원외처방조제액을 살핀 결과, 실적보고와 원외처방조제액간의 상관관계는 아예 없었다.

이와관련 유비스트 관계자는 "표본조사인 만큼 매출이 낮은 품목의 경우 실제 원외처방조제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며 자료해석에 오독 가능성과 함께 유의점에 대해 조언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생산실적과 매출은 따로국밥 형국이다.

관련해 위탁생산 A제약사 관계자는 "실제 판매부진이 사유인지 다른 업체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위탁 계약단가는 다르지만 통상 로트단위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실적 보고가 다소 형식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고 조심스런 의견을 제시했다.

뉴스더보이는 약 2년 여간 해당 문제에 대해 다수의 제약업계 관계자에게 질의했으나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답변은 듣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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