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예과 폐지 급물살, 의사 확충과 병행 "정권 상납세트"
- 이창진 기자/ 승인 2023.06.19 06:47
윤정부 인사 칼날에 교육부 급선회…“교과과정 대학별 자율 부여”
예과를 폐지하고 본과 6년으로 전환하는 의과대학 학제개편 방안이 연내 법제화될 전망이다.
수동적 자세를 취해 온 교육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학제개편을 동시 추진할 것으로 보여 윤정부 인사 칼날을 의식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중언론은 최근 교육부의 의과대학 학제 개편 방안을 일제히 보도했다.

교양수업 중심인 예과를 폐지하고 본과 시작부터 인문학 강의를 확대해 예비의사 소양과 자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
교육부 입장을 인용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학제개편은 의과대학 교육 과정의 대변화를 의미하고 있음에도 의료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 진행된 의과대학 학제개편 논의 과정을 되짚어봐야 한다.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대 학제개편 의료계 반응 미지근…미적거린 교육부 돌연 ‘추진’
의료계는 의사양성교육제도개혁 특별위원회 구성해 의과대학 학제개편과 수련교육 개편 방안 등을 논의했다.
7차례가 넘는 회의 끝에 2021년 6월 의과대학 학제 개편과 의사국시 개편, 인턴제도 개편 등 3개 분야 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시 특별위원회(위원장:박중신 의학회 부회장,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의학교육평가원, 의대·의전원협회, 의학교육학회, 개원의협의회, 기초의학협의회, 의대교수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국립대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등 의학교육협의회 소속 단체 그리고 의사협회 한방특별위원회, 전공의협의회, 의대·의전원학생협회 및 복지부 등 의료 모든 직역으로 구성 운영됐다.

학제개편은 현 예과 2년을 폐지하고, 본과 6년 전환에 합의했다. 다만, 의과대학별 상황을 감안해 자율 전환 권고로 했다.
의과대학 전통적 학제 모형인 '2+4'(예과 2년+본과 4년)를 '6'(본과 6년)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교과과정에서 인문사회와 의료윤리 등 예비의사 덕목과 역량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료계 의사양성교육제도개혁 특위 2021년에 본과 6년제 등 '합의'
의사국시 개편의 경우, 실기시험과 기초의학평가 도입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마무리했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인턴제 폐지가 논의됐으나 격론 끝에 현행 1년 유지로 했다.

당초 의과대학 교육 5년과 인턴 2년을 의미하는 '5+2' 학제와 인턴 수료 후 의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의대생 교육을 책임지는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은 2022년 초반 교육부에 학제개편 방안을 전달하고 관련법 개정을 건의했다.
교육부는 의료계와 복지부가 도출한 학제개편 방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토만 할 뿐 코로나 사태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학제개편 방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교육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시 정세를 반영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 복지부동 관료사회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육부, 코로나 핑계로 검토만 반복…문정부 말기 복지부동 ‘행태’
교육부는 학제개편에 필요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전제조건으로 의과대학 외에 치과대학과 한의대 등 의료분야 6년제의 동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치과대학과 한의대는 본과 6년제 전환 필요성과 준비과정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과대학 학제개편을 지연시키는 명분을 치과대학과 한의대에서 찾은 셈이다.

교육부가 돌연 의과대학 학제개편 방안을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 강도 높은 규제개혁 바람을 의식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복지부에 가해진 사정 칼바람도 한 몫 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을 6월 4일부로 보직 해임 조치했다.
복지부는 실장 인사 조치 직후 의사 수 확대를 골자로 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공론화했으며, 지난 8일 의정 현안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인력 재배치와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
교육부 입장에서 복지부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학제개편·의사확충 2025년 시행 아이러니…교육부, 정권 칼바람 입장 ‘선회’
아이러니하게도 의사인력 확충과 의과대학 학제개편 시행 시기는 같은 해 2025년이 유력한 상황이다.
의학계 중진 인사는 "그동안 다양한 핑계로 미적거린 교육부가 시행시기까지 못 박아 의과대학 학제개편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씁쓸하다. 교육부 입장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학제개편은 정권 성과를 홍보할 수 있는 상납 세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한 꺼풀 벗겨보면 의사인력과 학제개편 모두 의과대학을 담당하는 교육부 소관이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의대생 교육 과정 모두 교육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교육부는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 보건의료를 관할하는 복지부 의견을 물어왔다.
복지부 스스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의과대학 학제개편까지 추가해 대통령실에 다가가는 모양새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사장 신찬수, 서울의대 전임 학장, 내과 교수)는 교육부에 학제개편 용역연구 관련 의견을 이미 전달할 상태이다.
신찬수 이사장은 "예과 폐지 등 의과대학 학제개편에 필요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제개편에 따른 의학 교과과정 변화는 대학별 자율성에 기반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빡빡했던 의대생 시절 낭만으로 여겨진 예과 2년 학부 생활은 시나브로 사라지는 추억의 산물로 변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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