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입원 예방 효과 입증한 코로나 백신, 접종률 높여야“
- 문윤희 기자/ 승인 2024.11.14 06:58
강혜경 교수, 국내 50세 이상 성인 대상 접종 영향 결과 발표
이재갑 교수 "내년 유행 시 백신·치료제 부족" 우려
"코로나 백신 접종, 인식 개선 위한 대응책 마련 필요"

국내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지난해 독감 접종 수준으로 올릴 경우 약 8만 명의 입원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유지될 경우는 3만 7911건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50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연구 결과마저 빚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예산 확대와 라게브리오 등의 코로나치료제 도입 유지,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등 대응방안을 지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코로나 19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엔데믹을 대처하는 효과적인 국가 감염병 정책’ 토론회에서 강혜영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백신접종에 따른 보건학적 영향 분석: 50세 이상에서의 입원 예방 효과 및 함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mRNA 코로나19 백신의 기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인식개선과 자발적 접종률 향상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낮은 접종률의 원인 파악과 백신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발표한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입원 건수와 사망율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 결과, 2023~2024 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율과 비슷한 접종 수준을 보일 경우 3만 7911건의 코로나로 인한 입원 건수를 예방할 수 있었고, 같은 기준에서 독감 백신 수준의 접종율 정도로 증가할 경우 8만 400건에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판데믹 경험을 통해 본 미래 감염병 정책의 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국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 대비 가장 낮은 사망률을 나타냈다"면서 "이는 코로나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결과로 인했던 것"이라고 주지시켰다.
이어 "한국은 코로나19 판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백신 접종은 낮은 상황"이라면서 "올해 여름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입원환자의 65% 이상이 65세 이상 환자인 것으로 나타나 고위험층에 대한 감염 예방 관리 중요성이 재확인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코로나를 독감과 비슷하거나 낮은 정도의 질환으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코로나는 결코 독감과 만만한 질환이 아니다. 더 위험한데 접종은 독감의의 절반 수준으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코로나로 인한 요양비용은 1조 3575억원 규모를 보였고 입원환자는 34만명 규모에 달했다"면서 "코로나는 여전히 막대한 사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질병이며 반드시 적극적인 예방 조치 및 정책적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 인식은 낮은 상황"이라면서 "2024년 한국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의향은 40%에 불과했고, 접종을 하지 않는 이유로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게 나와,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코로나 백신 예산으로 2242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올해 예산인 4293억원에 비해 절반가량 감액된 규모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 백신 접종율 목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접종이 된다면 고위험군의 절반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대로 예산이 통과될 경우 백신이 모자라고, 치료제 역시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갑 교수는 "라게브리오가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품절이 되면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저질환자들이 쓰던 라게브리오의 국가 비축분을 다 쓰게 되면 더 이상 쓰게 될 약이 없다. 렘데시브리가 보완책이 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재갑 교수는 "정부가 펜데믹 때 선제적 대응을 잘해왔지만 엔데믹이 되면서 너무 후퇴돼 최소한의 것만 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이재갑 교수는 안정적 감염병 관리를 위한 제안으로 △안정적 감염 관리를 통한 신뢰 확보 △국내 백신 개발 기술 확보 및 안정적 국내 제조시설 확충 △감염병 관리를 위한 컨트롤 타워 상시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송준영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독감 백신 접종 시작 후 8년 동안 접종율이 80%가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국민 인식 개선을 통해 80% 수준까지 올라오게 됐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역시 접종 목표 단계를 나눠 접종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백신 접종의 목적은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렸을 때 합병증, 입원,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 "이라면서 "인플루엔자 (독감)백신도 초기에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전 연령으로 확대가 된 것처럼 백신 접종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예산 배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신종감염병X에 대한 장기적 플랜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100일 안에 백신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병원체에 대해 예방을 할 수 있는 대유행 전단계 예방 백신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H5N1 유행을 대비해 480만 도즈를 비축해 뒀다.
송 교수는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에 화이자와 모더나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우리도 백신 개발 기업에 지원과 투자를 늘리고 H5N1 전단계 지원과 비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중앙헬스 기자는 "백신 접종률은 미래 감염병 대응을 예측하는 선행 지표로 현재의 우리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현재 독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인데 올해 각 백신의 접종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백신 접종률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인지 정부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예방부터 치료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감염병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면서 "내년에 감염병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예방부터 치료까지 감염병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주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사무관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됐던 여름은 백신 접종의 효과가 줄어드는 시기로, 치료제와 백신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코로나19로 알게 된 것이 의료와 방역 대응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준비될 수 있도록 질병청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 과장은 "코로나19는 경험을 통해 1년에 2번 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백신 접종율 어떻게 끌어 올리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이 백신에 기대하는 것과 전문가의 의견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 대응과 개선점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 감염학회와 언론학회, 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감염병 위기 소통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발전적으로 나갈 것인가가 숙제"라면서 "과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