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복지부, 의료개혁 고수 "업무보고 유효기간 얼마 안 남았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5.01.13 06:59
수련개편, 지역필수의사제, 지불제도 혁신 도돌이표…탄핵 종료 후 후폭풍 '불가피'
탄핵 정국으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의료개혁 깃발을 고수하며 새해 정책 방향을 보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기재부장관)에게 '2025년 보건복지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신년 보고는 대통령 탄핵 정국을 감안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부와 교육부 등 사회분야 6개 중앙부처가 합동으로 보고했다.

복지부는 '국민이 행복하고 건강한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두텁고 촘촘한 약자복지와 수요자 맞춤형 돌봄 안전망, 초고령사회 본격 대응 그리고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개혁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국정혼란과 의료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윤정부의 의료개혁 깃발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내용 역시 지난해 2월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주제 복지부 업무보고와 흡사하다.
당시 복지부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등 의료인력 확충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을사년 보건의료 정책은 의료개혁 가시적 성과 창출과 역량있는 지역필수의료 제공,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미래에 부응하는 보건의료 환경 조성 등 4가지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겉포장만 의료개혁일 뿐 속 내용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의료개혁 가시적 성과 창출
우선, 의료인력 등 직종별 인력수급 추계기구 구성 운영과 전공의 수련수당 확대, 지도전문의 지원,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80시간->72시간) 등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본격화한다.
내과와 외과 등 8개과 전공의와 전임의 2개 분야 월 100만원 수당 지원에 415억원 그리고 지도전문의 지원에 2332억원 등 2600억원 국고를 투입한다.
하지만 레지던트 1년차 등 10% 미만의 전공의 지원율 등으로 수당 지원과 지도전문의 지원 등 2600억원 예산의 대거 불용액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환자 대변인 제도 신설 등 의료사고 분쟁조정제도 개선과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 등 의료인 수사절차 개선 및 필수의료 중과실 중심 기소체계 전환 등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신뢰받는 지역필수의료 제공
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전제로 모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시행과 지역종합병원 집중 지원, 화상 및 뇌혈관 등 필수의료 전문병원 재편 등을 추진한다.
전문의 지역 장기근무 유도를 위해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올해 96명 전문의를 목표로 월 400만원 근무수당 등을 지원하며, 지역필수의료 안정적 투자를 위해 필수의료 특별회계 설치 등을 병행한다.
수가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27년까지 저수가 구조 퇴출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1천여개 수술, 처치, 마취 분야 우선 집중 인상하고 의료비용 분석 기반을 토대로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기를 5~7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사후보상 및 공공정책수가 등 지불제도 혁신 그리고 병의원 간 수가 역전현상 개선을 위해 환산지수 개편도 마련한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과잉 및 남용이 우려되는 비급여는 관리급여로 편입하고 중증 및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기간 단축 시범사업, 재택 중증소아 요양비 및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의원급 대상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C형 간염 확진검사 비용 지원 확대, 사회복지시설 등 입소자 대상 출장 건강검진을 도입한다.
■미래 대응 보건의료환경 조성
의료기관 평가를 종별 성과중심 평가로 개편하고, 진료량 대신 기관 단위 성과보상, 비대면진료 제도화,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지원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인력 배치 확대,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 예외사유 확대 등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한다.
■지속가능한 보건복지 체계 구축
건강보험료 부과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역 가입자 재산보험료 정률제 전환 검토와 건강보험 중기 재정 전망 공개, 적정 준비금 관리 운영계획 수립, 신약 혁신가치 보상 및 필수의약품 공급망 구축 등 보건안보 대응도 강화한다.
■바이오헬스 육성 미래성장동력 확보
보건의료 R&D 전년대비 17% 증가한 약 1조원을 투자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편과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기술 시행, 외국인 환자 유치 경로 실태조사 제도화, K-의료 해외진출 활성화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모든 상급종합병원과 연계 완료하고 국가 통합바이오 빅데이터 참여 모집규모 확대, 보건의료데이터 부가자치 창출을 위한 '디지털헬스케어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보건의료 분야 업무보고 중 눈에 띄는 내용은 거의 없다. 지난해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의 부연 설명 수준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복지부 새해 업무보고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 정국 마무리 이후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업무보고 유효기간은 윤정권 종료와 궤를 함께 한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조기 대선과 새로운 정부 탄생을 사실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장차관은 물론이고 실장과 국장 등 소위 고공단(고위공무원단) 새판짜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의료개혁 실현성과 진정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의료현장과 괴리감 그리고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어색함 등 정권 말기의 불편한 동거일 뿐이다.
의료계 중견 인사는 "윤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의 의료개혁 외침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의료개혁을 대신할 새로운 업무보고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결과를 알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복지부 신세가 처연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종료되고 조기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불가피하다. 의료사태를 유발한 모든 보건의료 정책을 재검토하고 결정 과정에 관여한 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와 처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세종청사는 의외로 조용하다. 향후 불어올 태풍을 의식한 무거운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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