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데야, 삶의 질 개선에 꼭 필요한 약 '급여'되길"
- 문윤희 기자/ 승인 2025.03.04 06:09
치료비 투약에 소요되는 '시간', 삶 유지하는데 부담 요소로
"주기적 수혈과 빈혈로 인한 삶의 불편 상당해"
희귀 혈액질환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이하 PNH)는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현상으로 인해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이 떨어져 극심한 빈혈 또는 피로감을 느끼거나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적혈구의 파괴로 인한 혈전증과 신부전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간 국내에서는 PNH 치료제로 C5억제제인 솔리리스(성분 에쿨리주맙)와 울토미리스(성분 라불리주맙)가 나오면서 혈관 내 용혈(IVH, intravascular hemolysis)을 막는데 사용돼 왔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피로감과 혈전증 발생 부담을 안고 가야 했는데, 그 원인으로 혈관 외 용혈(EVH, Extravascular Hemolysis)이 지목되면서 PNH는 IVH와 EVH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다행히 국내에도 최근 1~2년 사이 기존 C5억제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프록시멀(proximal) 억제제'가 등장해 치료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환자들은 '급여'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약제들을 '희망고문'처럼 바라만 봐야 하는 실정이다.
뉴스더보이스는 최근 등장한 프록시멀 억제제 중 하나인 보이데야(성분 다니코판)의 급여를 기다리는 PNH 환자와 만나 지금까지의 치료 상황과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신약 급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40대 평범한 대한민국 가장인 그는 아내와 8살 딸과 함께 대구에서 거주 중이라고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남겼다. 환자의 요청으로 성명과 나이는 공개하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먼저 PNH 증상을 경험한 시기와 이후 치료 과정을 소개해 달라.
2013년 여름, 집에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껴 119를 호출한 후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실시한 혈액 검사 결과, 적혈구와 백혈구, 면역 수치가 좋지 않다는 소견을 받아 입원했고 혈액종양내과 진료 후 PNH 진단을 받았다. 퇴원 후에도 매달 수혈과 엽산 보충을 받으며, 견딜 수 없는 복통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에 의존해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담당 교수님의 권유로 솔리리스 치료를 시작해 약 10년간 2주마다 솔리리스 투여와 2달마다 수혈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울토미리스 사전심사 통과 이후, 두 달 간격으로 울토미리스를 투여하고 석 달에 한 번 수혈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직접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
솔리리스로 치료받을 때는 2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해야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고, 아무래도 프리랜서다 보니 업무 일정 조정에도 큰 부담을 느꼈다. 이후 울토미리스로 변경하면서 병원 방문 주기가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어 어느 정도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혈관 외 용혈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혈이 필요해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
-현재 보이데야 투약이 필요하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이데야가 지난해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허가된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되지 않아 저와 같이 혈관 외 용혈이 심한 환자들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현재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인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수혈을 받고 있고, 빈혈로 인한 불편함도 상당히 크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에겐 시간은 매우 중요한 자원인데, 병원에 갈 때마다 검사, 진료, 투약, 수혈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하루 빨리 보이데야가 보험 급여 대상으로 포함되어 수혈을 받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소 정부나 의료계에 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 것 같다.
정부에서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등 복지제도를 마련해두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신청을 해보면 소득, 재산 등에 대한 기준이 제가 느끼기엔 현실적이지 않아서 많은 제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 제도가 현실적으로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또 PNH가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환자가 매우 적어 암 환자들에 비해서 혜택도 적고 관심도가 낮은 것 같다. 그렇지만 PNH 환자들도 암환자 못지않게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나 의료계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10년 전, 처음 PNH 진단을 받고 이 병이 어떤 질환인지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 PNH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하며 많이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PNH 치료 환경이 한층 더 좋아질 거란 믿음이 확고하다.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있지만, PNH 환자분들이 잘 이겨 나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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