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상

전공의 추가모집 문자로 받은 수평위 위원들 "복지부, 원칙·절차 무시"

뉴스더보이스 2025. 5. 22. 06:26
  •  이창진 기자/ 승인 2025.05.22 06:09

인턴 3157명·R1 3349명·R상급년차 7950명 등 총 1만 4456명…6월 수련 허용 '강행'
새정부 출범 임박 면피용 궁여지책 비판 "장관 직권 결정할거면 수평위 왜 존재하나"     

보건당국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패싱한 채 장관 직권으로 전공의 추가 모집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4일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공의 공백 사태를 면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지적이다.

21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와 서면심의 없이 전공의 5월 추가 모집을 전격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 20일 병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명의로 전공의 5월 추가 모집을 공고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복지부는 20일 병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도 5월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레지던트 상급년차 추가모집'을 공고했다. 공고 주최는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이다.

복지부는 인턴 3157명, 레지던트 1년차 3349명, 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 7950명을 모집인원으로 수련병원별 5월말까지 선발 절차를 거쳐 6월부터 수련을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작년 2월 의대 2천명 증원 강행 정책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공의 1만 4456명의 수련교육 공백이 지속된 것이다.

갑작스런 추가 모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단정하기 힘들다.

젊은 의사들의 일부 복귀는 예상되나, 완전 복귀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복지부는 5월 추가 모집 이유로 대한수련병원협의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협회, 국립대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등 6개 단체 건의를 들었다.

이들 단체는 전문의 수급 차질을 막고, 의료공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직 전공의 수련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전공의 추가 모집은 어떤 절차를 거쳤을까.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공문으로 전공의 추가 모집을 알렸으니 당연히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지 않았을까.

애석하게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5월 중 대면회의는 물론 서면심의조차 갖지 않았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들은 전공의 추가모집 공고 불과 하루 전 복지부로부터 받은 문자가 다였다.

복지부는 위원들에게 '전공의 5월 추가 모집을 결정했으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만 발송했다.

문자를 받은 몇 시간 후 대중언론은 전공의 5월 추가 모집을 일제히 보도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들 입장에서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작년 12월 전공의 전기모집 이후 올해 2월 전례 없는 인턴과 레지던트 추가 모집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와 서면심의를 거쳤다.

당시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공무원은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더 이상 추가 모집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통상적 절차에 따라 다음 모집은 가을 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요청을 명분으로 5월 추가 모집을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 직속 전공의 수련교육 최고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위원들에게 문자로 일방적 통보하고 다음날 공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추가 모집 관련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서면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전공의 집단사직 발생 시 법과 원칙, 절차에 따라 젊은 의사들을 압박한 복지부 입장과 대조적 모습이다. [사진=보건복지부]

불과 1년 전 복지부는 사직 전공의들 복귀를 촉구하면서 미복귀 시 행정처분 등 젊은 의사들을 향한 고강도 압박 정책을 연일 쏟아냈다. 이 때 복지부가 내세운 것이 법과 원칙 그리고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과 절차였다.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새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복지부가 급해진 것 같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들이 문자로 추가 모집 사실을 통보받는 게 말이 되느냐. 장관 직권으로 결정할거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왜 존재하느냐"고 반문하고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의대 증원 고수와 젊은 의사들을 압박한 복지부 스스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다음 정부 회초리에 대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임상 교수는 “복지부 권한이 이처럼 큰지 몰랐다. 더 이상 추가 모집은 없다는 입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면 6월과 7월 등 상시 모집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부족한 수련교육 시간은 추가 수련으로 커버하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전공의 사태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더 이상 심의기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4월에 이어 5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대면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6월 3일 대선 결과에 따라 4일 출범하는 새정부의 국정과제 선정과 이행 계획 수립 등을 감안할 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다음 대면회의는 7월 이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매달 치열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한 2017년 제1기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의 역할과 기능 회복이 새정부 전공의 수련교육 개선과 재정립 출발점이다.

현 제3기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13명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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