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명칭, "정부가 허가한 제품, 스스로 낙인 찍는 것"
- 문윤희 기자/ 승인 2022.11.04 07:35
제약업계 "이미지 개선·성장 중인 韓제약기업에 찬물"
"리베이트를 '뇌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나쁜 의미 때문이다.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바꿔 부른다는 것을 복지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용복 교수

제네릭 명칭을 '특허만료약(의약품)'으로 지정해 사용 중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관련 산업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표준화하는 등 관련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와 학계가 특허만료의약품을 폄훼하는 결정이라는 성토를 내놓고 있다.
관련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3년 '제네릭'이라는 명칭을 대체할 용어를 찾기 위해 대국민 공모전을 개최, '특허만료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이후 '제네릭'을 특허만료약 또는 특허만료의약품으로 지칭해왔다.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이용복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정부가 허가한 의약품의 이미지를 스스로 낮추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제네릭이라는 용어는 다국적제약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제품 우월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라면서 "유일하게 의약품에만 제네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고 인체에 사용가능 해야하며 균질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진다"면서 "식약처가 허가를 내 준 것은 이 네가지 조건을 다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의약품에 대해 허가를 내주는 것은 브랜드(오리지널)제품과 특허만료약이 똑같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면서 "규제당국으로부터 인정 받은 약을 복지부가 나서서 의미를 폄하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년 전 제약협회가 공모전을 통해 제네릭을 특허만료의약품으로 명명하고 공포한 것은 그 용어가 가진 안좋은 인식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면서 "복지부가 (제네릭을)복제약으로 바꿔 부르면 국민들이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만든 의약품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또 "용어는 사용되는 목적에 따라 의미가 부여된다"면서 "우리가 리베이트를 뇌물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의미 때문"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리베이트는 근절되야 하기 때문에 뇌물이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쓰면 사라질 수 있다. 복지부가 용어 정정을 해야 할 단어가 바로 리베이트"라면서 "특허만료의약품으로 성장한 우리 제약산업은 이제 신약을 만드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 기반을 만든 특허만료의약품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지 복지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토종제약기업들이 자국 제약산업에서 매출 10위 안에 드는 국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라면서 "특허만료약으로 신약을 만들고 산업을 이끌어가는 국내제약산업을 위해서라도 용어 정정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국내제약산업에서도 용어 변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만료약은 품질과 효능, 안전성과 약효 등에서 오리지널과 동등한데도 그동안 카피약, 복제약, 심지어 짝퉁이라고 매도돼 왔었다"면서 "산업의 노력으로 특허만료약이라는 올바른 이미지를 심어왔는데 정부가 나서서 '복제약'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씌우겠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효능은 같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 약제비 절감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특허만료약에 대한 이미지를 폄하하는 행정은 멈춰야 한다"면서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제약산업이 건강주권 지킴이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용어 변경을 숙고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고시 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이달 14일까지 진행한다. 이후 고시된 날로부터 바로 시행된다.
'복제약' 명칭, "정부가 허가한 제품, 스스로 낙인 찍는 것" -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newsthevoi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