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세상

약사회 "끝까지 갈 것" vs 베링거 "법적으로 끝난 일"

뉴스더보이스 2023. 10. 18. 07:24
  •  문윤희 기자/ 승인 2023.10.17 06:56

약사회, 베링거와 법적 분쟁 예고…"약사 조제행위 막는 것"
베링거, "대법원 판결 받은 사항…현행 공급 유지"

동물의약품을 동물병원에 한정해 공급하는 베링거인겔하임을 최근 대한약사회가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한 가운데 법적 분쟁을 통해서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동물의약품의 조제 행위는 약사법에 명시된 약사의 권한으로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는 제약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베링거인겔하임은 동물의약품 공급 문제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안으로 현행 대로 공급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약사회는 지난 2013년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과 엘랑코, 조에티스 등 의약품 제조사와 유통사를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 공정위가 이들을 상대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관련 업체의 불복에 공정위는 2017년 소송을 진행해 2018년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부당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패소 판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인용해 "공급 거절 대상이 특정 동물약국이 아닌 모든 동물약국 채널에 해당되므로 이는 특정 사업자에 대한 거래 거절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동물약, 보호자가 처방전 가지고 오는데 돌려보내고 있어"

강병구 대한약사회 동물약품 이사는 "이번 소송은 지난 2013년에 진행됐던 제품 공급 거부(공정거래법)와 달리 약사의 조제 행위를 막는 약사법 위반에 관한 건"이라면서 "동물병원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은 보호자가 동물약국에서 조제를 받으려 해도 조제를 위한 동물약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약국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제를 하기 위해 제약회사에 의약품 공급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이라면서 "의약품 공급자인 제약회사가 조제를 위한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는 것도 약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형사 고발은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회원들이 대한약사회에 베링거인겔하임 공급 거부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강 이사는 "대한약사회에서 베링거인겔하임에 동물의약품 공급 요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면서 "베링거의 의약품 중 심장사상충약(넥스가드 스펙트라)는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동일한 성분의 대체조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배링거인겔하임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별도의 회사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이미 동물의약품 공급과 관련한 사안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다"면서 "법원은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전국 동물병원에 한해 공급 형태는 법적 문제가 없으며, 공급사가 공급 채널에 대한 합리적 결정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판결문을 보면 제약사의 거래 거절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에  큰 영향을 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할 수준의 필수적인 요소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거래처 선택의 자유의 원칙 아래 위법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현행 약사법(85조 7항,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에는 약국개설자(약사)는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백신(생물학적제제)를 제외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 없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약사의 이권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물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공급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약국 매출 증대를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관련해 지난해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1조 43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5,1% 성장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인의 증가로 관련 산업 자체가 급성장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동물의약품 시장도 확대 추이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약사 입장에서는 동물약품이 하나의 효도상품으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조제를 이유로 인기 품목을 확보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사회는 소비자 선택과 의약품 안전성을 들며 조제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고 있지만 동물의약품은 동물병원에서 기본적으로 처방과 조제가 가능하다"면서 "대부분의 동물 보호자도 별도로 약국을 찾지 않고 동물병원에서 바로 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약사회가 공급을 요청한 넥스가드 스펙트라 성분(아폭솔라너, 밀베마이신(Afoxolaner, Milbemycin oxime)은 수의사처방대상이지만 약사법에 수의사 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이 있어 약국에서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해도 문제가 없다"면서 "고객의 지명구매가 많은 품목을 약국에서 판매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강병구 이사는 "현실에서 동물보호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와서 조제를 하는 것은 약사의 고유 업무"라면서 "법률적으로 보장된 행위를 특정 집단이나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약사에게도 피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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