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세상

내가 '신생아 안저검사'와 '유전자세포치료연구'를 외치는 이유

뉴스더보이스 2024. 1. 15. 07:35
  •  문윤희 기자/ 승인 2024.01.15 07:05

세종시, 신생아 안저검사 시범사업 4월 시행에 주춧돌 역할
"아이들, 세상에 빛 볼 수 있도록 환경 만들기 최선"
"특수 안경 낀 아이들 '상처' 주는 말 하는 사회에 참담"
"질환에 따른 장애에 편견 없도록 사회적 인식개선 필요"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대표 인터뷰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대표

이 막 2개월이 된 아이의 시력에 의심이 간 아버지는 지인들을 수소문해 유소아 전문 안과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안고 세종에서 서울 큰 병원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세종시에 있는 안과병원에 모두 문의를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영유아 진료는 보지 않는다"는 말 뿐이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아이는 3개월이 되었고 가까운 지인의 추천으로 충북 소재 안과에서 진료를 받게 됐다. 의사는 진료 본 후 아이의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영유아 안과 명의인 김정훈 서울대병원 교수를 추천했다. 그 길로 아버지는 바로 서울대 진료를 잡고 김 교수를 만났다.

김정훈 교수는 아이의 눈 상태를 보고 바로 '가족삼출유리체망막병증(FEVR, Familal Exduative VitreoRetinopathy)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조금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아버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됐다. 거주지에서 그렇게 애타게 진료를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상황과 아이의 눈 상태를 자신이 나쁘게 했다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이 더 있을 것이란 생각이 퍼뜩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대표는 2022년 말 환우회를 설립하게 됐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절차를 밟게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이 서로 기둥이 되어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환우회는 설립된 지 1년 만에 회원 300명이 참여하는 공간이 됐다. 그 사이 선천망막질환(IRD) 극복을 위한 토론회도 다섯 번이나 열게됐다. 아이들을 위해 몸과 맘이 급한 이주혁 대표는 토론회가 개최되는 사이 사이에 국회와 행안부, 세종시, 광주시 등에 선천성 망막질환 연구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전달하는 한편 '신생아 안저검사' 시범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생아 안저검사'는 이 대표의 끈질긴 설득과 최민호 세종시장의 흔쾌한 수락으로 올해 4월부터 세종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 대상 인원과 예산금액은 논의 중에 있지만 이 대표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아이들만이라도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주혁 대표는 "나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조금만 더 빨리 진료를 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안과 검진만 했었어도 아이가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면서 "지금은 세종시에서 신생아 안저검사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지만, 이것이 퍼져서 결국은 국가에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 두 돌이 된 첫째 아이가 5번에 걸친 소아안구 수술을 하면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어린 아이가 전신마취 수술을 하다 보니 먹지를 못하고 자주 토했다. 그러다 보니 발달도 느려지고 볼 수 없으니 촉각과 냄새에 예민해졌다"면서 "발달 지연으로 재활도 주2회씩 해나가고 있다. 특수 안경을 껴야 하기 때문에 안경 제작에도 상당한 금액이 소요된다. 국가에서 재활발달 바우처를 주지만 소득 기준으로 지원을 자르고 있어 대부분의 비용을 감내하는 것이 어렵다. 부채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에 살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하거나 진료를 보려면 부모 중 한 명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있어야 하고 한 명은 서울에 상주해야 하는데 숙박비용을 포함한 체류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런 비용 모두를 환자와 환자 가족이 떠맡아야 하는 현실이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출산을 말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가 아플 때 전국 어디에 살던지 걱정없이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아이가 아프더라도 치료비용과 케어로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먼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환에 따른 장애에 편견 없도록 사회적 인식개선 필요"

김정훈 교수와 토론회 후 대화 중인 환우회 회원들과 이주혁 대표

이주혁 대표는 질환으로 인한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아이가 아파서도 고통스럽지만 아이를 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도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환우회 속한 대부분의 가족들이 경험하는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질환으로 인해 특수 안경을 써야 하는 아이들에게 '병신'이나 '애꾸눈'으로 부르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어떤 경우는 굳이 쫓아와서 아이 눈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눈 색이 다르거나 선글라스를 껴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 더 심한 놀림이나 조롱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질환에 따른 장애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권마저 박탈되는 현실이다.

이 대표는 "환우회에서 부모님들이 언급하는 문제가 바로 아이들이 입학을 거부당하는 것"이라면서 "특수학교에서 조차 특수칠판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 있다 보니 환아와 환아 가족 모두 맘이 많이 다친다"면서 "이렇게 낮은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환우회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통해서도, 환우회 홍보를 통해서도, 나라에서도 인식개선에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 지원에 힘을 쏟는 이유

이주혁 대표가 지난 1년 동안 환우회 대표로 활동하며 가장 열정을 쏟는 부분은 '유전자 세포 치료제 연구 지원'에 있다. 연간 5번에 걸친 토론회를 추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생기도록 유전자세포 치료제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안과 질환은 스펙트럼이 넓어 아이에 맞게 치료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자 연구 지원이 한계적이다. 그런 부분을 잘 알기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와 줄 수 있는 것을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과 부모님에게 연구관련 동향을 소개하고 싶어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면서 "치료제 연구를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우리들의 아이들이 밝은 세상의 빛을 보게 하는데 일조하고자 연구 지원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법인화·홍보에 총력

지난해 11월 2일 열린 유전성 망막질환 첨단치료 보호자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혁 대표.

2024년을 맞아 만으로 2년째 환우회를 이끌어 가는 이주혁 대표의 올해 목표는 '환우회의 법인화'와 '홍보' 에 맞춰져 있다.

이주혁 대표는 "우선적으로는 법인화가 최우선 과제다. 법인이 된다면 복지부에서 민간에게 주어지는 사업 중 우리가 필요한 사업을 얻어 추진하고 싶다"며 "실명예방사업을 의료진과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세종시에서 추진하는 신생아 안저검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복지부 출생정책과와 보건정책과에 안건을 제의했는데 어렵다고 했다"면서 "올해 세종시에서 시범사업을 하니 결과물이 나오면 서도별로 더 확대되길 원한다. 현재 충청북도와 광주광역시에 제안을 했는데 추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환우회 홍보를 위한 활동도 기존 카페나 단체카톡에서 나아가 유튜브를 통해 진행키로 했다.

이 대표는 "300명이나 되는 환우회 일원들에게 일일이 사업을 소개할 수 없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하려 한다"면서 "전문의를 초청해 질환에 대한 소개를 하거나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꿈꾸는 환우회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는 "아이들의 치료가 될 수 있게 유전자세포치료센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면서 "이런 것을 하려면 환우회 규모도 지금보다 더 커지고 목소리도 커져야 한다. 소아안과질환 연합회를 만들어 그렇게 되길 꿈꾸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소아희귀난치질환 극복을 위해 힘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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