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세상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비용 앞에서 포기하는 환자 없도록"

뉴스더보이스 2024. 11. 25. 07:01
  •  문윤희 기자/  승인 2024.11.25 06:50

"암 진단 후 비급여 약물 치료, 환자에 선택 맡기는 환경 개선돼야"
이서현 환우 "키트루다 투여 후 관해 됐지만 재발 부담은 여전"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을 진단 받았던 이서현씨(41세)는 올해로 완전 관해 1년을 넘겼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제 선택지가 없다. 의료진은 비급여 약제인 키트루다에 대한 비용 이야기를 건넨 후 선택은 나에게 하라고 했다. 암 진단만으로도 힘든 나에게, 비용 부담이 큰 치료제 투여를 결정하는 몫까지 떠넘겨져 처참했다."

지난해 2022년 말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을 진단 받은 이서현(41세, 화성거주)씨는 치료제 투여 과정에서 환자를 궁지로 몰아가는 지금의 의료 현실에 절망했었다 고백했다.

유방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삼중음성유방암. 이 씨는 진단 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말로 표현 못할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치료 결정 앞에서 또 한 번 절망을 맛봐야 했다. 아직까지 급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투여 결정을 온전히 그가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설명한 키트루다 투약 비용(8회)은 약 3400만원 정도였다. 직장을 다니던 미혼 여성인 그에게 긴 투병과정과 3400만원의 치료제 부담은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약제 투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의료진도 없어 상실감은 더 커져갔다. 그에게는 치료 여부를 결정지으라는 '선택권'만 남아 있었다.

몇 달간의 고민 끝에 키트루다 투여를 시작한 이서진씨는 2023년 3월 8회 투여를 끝으로 키트루다와 작별했다. 9회 투여까지 마무리 져야 재발 비율이 떨어진다는 의료진의 안내를 받았지만 더 이상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어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올해 3월 관해 판정 1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조기 고위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키트루다가 얼마나 필요한 치료제인지를 증언하기 위해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 나섰다. 

이제 그는 내년 3월이면 관해 판정 2년 차에 접어든다. 아직까지 그는 마지막 9회 투여를 못한 아쉬움과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있지만 '살이 있는 희망'으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이 땅의 삼중음성유방암 환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치료제 급여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에 나선 그와의 일문일답을 최대한 살려 개제한다.

다음은 이서현씨와의 일문일답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술 후 키트루다 투여 8회를 마치고 지난해 3월 완전관해 1년차를 넘긴 41살의 이서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이천에 있는 동생 집에 머물며 조카들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키트루다 치료 과정은 8회 완료, 이후 9회째 투약을 마지막으로 해야 재발률 25%라고 들었는데 비용 때문에 마지막 투여는 하지 못했습니다. 치료제 비용은 1회 투여로 430만원(탁셀 포함)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8회 투여에 총 320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처음 증상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삼중음성 진단 후 어떤 치료 과정을 밟으셨는지도 궁금해요.

2022년도 10월로 기억해요. 생리 전 증후군 통증과 다른 쎄한 느낌의 찌릿찌릿한 유방통증이 있었고 동그란 게 만져져서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 뒤로 잡혀지지도, 통증도 없어 무시하고 지냈는데 3개월 후 동그랗게 톡 튀어나온 구슬이 만져져 유방초음파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 삼중음성 2기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 진단 당시 심경은 어떠셨나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 때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초조하고 겁나고,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컸어요.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 쳤어요. 우울이 찾아오는 과정에서도 병원은 알아봐야 하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죠. 그런데 당시에는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아 치료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죠.

-당시 치료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선생님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보험사에 의뢰하고, 인터넷을 뒤져 의료진을 선택했고 진료를 받았어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치료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했어요. 수술 과정에 대한 설명만 유방외과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 정도여서 많이 아쉬웠어요. 의료진으로부터 내 몸과 치료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해서 인터넷을 직접 찾아보며 정보를 찾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키트루다가 비급여였기 때문에 의료진으로부터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선택을 바로 하진 못했어요. 보험 들어 놓은 것이 있어 백방으로 치료비 감면에 대해 알아 봤지만 방법이 없어서 결국 처음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했어요. 치료 결정 과정에서 비용 안내를 받은 후 치료 결정 여부를 내가 내려야 한다는 말에 몇날몇일 속을 끓였어요. 선생님은 선택을 하라는 말씀만 하셨고 치료를 하게 될 때 설명도 자세히 하지 않으셔서 그 부분이 많이 힘들었어요.

-키트루다를 투여 받으셨는데요, 바로 치료를 결정하셨나요?

당시 키트루다에 대한 임상 결과가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결정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 역시 저의 몫이었어요. 그렇게 고민을 지속하다 보니 선생님이 빨리 항암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을 주셔서 2023년 3월에 선항암 8차(키트루다 8회 + TC(4차) + AC(4차)를 진행하고 수술을 받았아요. 이후 방사선치료 19회를 마무리 짓기까지 8개월이 걸렸죠.

-완전관해 소식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맨 처음 든 생각은 “드디어 끝났다”였어요. 항암 6개월이라는 기간은 너무 큰 싸움이었거든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약물 부작용이 심해 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없다는 불안함도 컸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날들의 끝이 온거죠.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기쁜 감정도 잠시였고, 완전관해를 받았지만 재발이라는 불안함이 다시 엄습해 왔어요. 지금도 몸이 안 좋으면 “전이가 됐나? 재발이 됐나?”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있습니다.

-현재까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급여된 약제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환자 입자에서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암 진단을 받은 것만으로도 환자는 어떠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심정에 빠져요. 그런데 치료제 비용 부담까지 온전히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담감은 더 커지죠. 저 역시 그랬어요.

환자는 암 진단을 받으면 더 나은 병원은 없나, 치료 비용을 더 줄일 방법은 없나를 먼저 신경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을 들으면 절망에 빠지게 돼요. 고비를 하나 넘으면 더 큰 고비가 하나 더 버티고 있는 느낌이죠.

나의 경우지만, 실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입원 항암이 되는 곳으로 알아보기 위해 바로 항암을 시작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정을 미루다 항암 목적으로 전원이 쉽지 않아 결국 포기했어요. 그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와 압박감, 두려움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암 환자는 치료를 빨리 받아야 경과가 좋은데 치료제 비용 부담 때문에 고민하며 시간을 사용해요. 내가 겪은 이 과정을 이제 진단 받은 환자들이 또다시 겪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아쉽고 슬퍼요. 사용할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못 쓰는 상황은 정말 환자를 비참하게 만들어요.

-앞으로의 치료 환경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치료제 선택의 유무를 환자가 아닌 그 분야 전문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이 됐으면 해요. 비용으로 인해 환자의 선택이 제한되는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정부나 의료계에 하실 말씀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직 비용 문제로 치료 여부를 환자에게 결정하게 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치료제가 국내 들어오게 된다면 상황이 어찌됐든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치료의 선택 유무가 환자가 아닌 의료진의 판단 하에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환우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마주치는 모든 것을 마음이 자랄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 강건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오늘 하루에 충실히 활기차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소리 내어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긴 영상이든 코미디 프로그램 보면서 많이 웃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웃으면 또 모든 것들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차려 지더라고요.

기사의 덧)

이서현씨는 내년 초 직장 복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가능하면 몸을 많이 움직이고, 정서적 안정을 위해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위해 맛있는 음식 먹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6살, 8살 두 조카를 돌보며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재기의 ‘힘’을 얻고 있는 그의 앞길을 뉴스더보이스가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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