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진 기자/ 승인 2025.03.24 05:57
결기 사라지고 직급과 직책만 남아 "간부진, 다음 정부 생존전략 집중"
작년 2월 시작된 의료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 공백 속에 의료생태계는 오늘도 꿈틀되며 버티고 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팬데믹 사태를 뛰어넘는 의정 갈등은 의료진과 공무원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의료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등 복지부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시어머니들이 온순한 양으로 변한지 오래이다.
다른 중앙부처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자생력에 입각한 홀로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1000여명에 달하는 복지부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낼까.
주무관과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고공단 그리고 과장, 국장, 실장 그리고 차관과 장관 등 직급과 직책으로 나뉘어진 관료조직의 구심점은 무엇일까.
복지부 내부에서 복지부를 '회사'로 부르고 장관을 '사장'으로 칭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장관 인사가 있을 때마다 회사 사장에 누가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연출된다.

정책 변화는 차지하고 외풍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장을 원하는 것이다.
역대 장관 평가도 무슨 정책을 폈는지 보다 복지부와 공무원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로 갈린다.
아쉽게도 조규홍 장관은 공무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기일 제1차관과 박민수 제2차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대 2천명 증원 정책 강행에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료계 반발, 진료 공백, 야당의 공세 등 1년 이상 지속된 의료사태 명확한 해법도, 대안도, 양보도, 책임도 누구 하나 지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에 힘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심정은 처참했을지 모른다. 복지부 기둥으로 불리는 실장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계를 돌려보자.
과거 복지부는 어땠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주장을 지적하고 정회 후 해당 의원 보좌관 고성에 맞선 차관, 의사협회 주도 집단휴진 의원들을 처분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불응하고 휴진 리스트를 끝까지 비공개한 실장, 박근혜 정부 탄핵 관련 재판에서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연관성은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다고 증언하며 후배 공무원들을 보호한 실장 등이 있었다.
이들 공무원에 대한 총평은 다를 수 있지만 복지부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총대를 메고 자신의 직을 거는 결기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25년 3월 현재 복지부 세종청사에 어른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이유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의료사태는 일반 공무원에게도 피로감으로 축적됐다.
장차관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정해진 스케줄에 따른 업무와 보도자료 작성을 반복하는 모양새이다.
복지부 입장에서 서운하게 들릴 수 있지만 복지부동, 각자도생이다.

실국장은 다음 정부에서 생존전략과 퇴직 후 대비책을, 과장급은 파견과 연수를, 20~30대 사무관과 주무관은 승진과 부서 이동 등 동일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관료조직은 정권의 흥망성쇠에 가장 민감하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단계가 아니다. 정책을 발표해도 현장에서 먹히기 힘들다. 간부들은 서랍 속에 넣어든 기획안이 다음 정부에서 빛을 볼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전직 공무원은 "복지부 간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박근혜 정부 탄핵 사태에서도 복지부는 분주하게 움직였고 간부들은 맡은 소임에 집중했다. 답답한 상황은 이해하나 정권과 무관하게 국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복지부 공무원들의 본연의 자세"라고 조언했다.
시간은 흘러간다.
장차관이 떠나면 새로운 사장과 부사장이 온다. 그리고 복지부 내부에는 실국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공무원들이 차고 넘친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629
'정책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유 수유중...주의가 필요한 약물 vs 사용 가능한 약물 (0) | 2025.03.31 |
---|---|
건보공단 임원들 타 기관 겸직 셀프 결재…복지부 '엄중 경고' (0) | 2025.03.26 |
[뉴스더보이스가 전하는 국내제약 등 단신-3월21일] (0) | 2025.03.24 |
한약-생약제제 품목별 사전 GMP 평가지침...간소화 내용은? (0) | 2025.03.21 |
복지부, 중환자실 진료정보 체계 구축 사업 첫 민간위탁 추진 (0) | 2025.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