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상

입원전담의 포기병원 속출, 전담의 급감…전문의 중심병원 '무색'

뉴스더보이스 2025. 5. 7. 07:27
  •  이창진 기자/  승인 2025.05.07 06:39

올해 3월말 기준, 입원전담의 362명 신고…운영 병원 3곳·전담의 13명 '감소'
PA제도화와 포괄 2차병원 등 정책 변화 유탄…내과·외과·소청과 전문의 '축소'

중증 입원환자를 책임지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어나면서 병동에 배치된 전담전문의 인력이 급감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방관하며 전문의 중심 병원을 외치는 보건당국의 의료개혁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뉴스더보이스]가 입수한 전국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운영 병원은 67개소로 석 달 전에 비해 3개소 감소했고, 전담전문의 인력은 362명으로 동일 기간 대비 13명이 줄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더보이스는 올해 3월말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을 입수해 분석했다. [사진=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이번 운영 현황은 보건복지부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회장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 교수)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제출 자료이다.

복지부가 운영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료과와 무관하게 전문의가 병동 환자 치료와 관리를 전담하는 사업이다.

우선,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기관수는 올해 3월말 현재 67개소이다. 상급종합병원 39개소와 종합병원 28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는 24년도 12월말 70개소와 비교해 3개소가 줄어든 셈이다.

서울 지역은 25개소로 변함이 없으나 서울 외 지역은 45개소에서 42개소로 감소했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2개소와 종합병원 1개소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동 수는 211병동으로 석 달 전과 동일하다.

최근 3년간 분기별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 [사진=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전담전문의 인원은 줄었지만 운영 병동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가중이 높아진 형국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전담 병동 운영 형태 변화이다.

복지부의 입원전담전문의 수가체계에 따라 병동 진료형태는 1형(주 5일 주간 근무), 2형(주 7일 주간 근무), 3형(주 7일 24시간 근무) 등 3개 유형이다.

3월말 현재, 1형은 169병동으로 석 달 전과 비교해 4병동이 늘은 반면, 2형과 3형은 26병동과 16병동으로 동일 기간 대비 각 3병동과 1병동이 감소했다.

5일 주간 근무 방식이 증가했고 7일 주간 또는 24시간 근무 방식은 줄어든 셈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종별, 지역별 운영 기관 현황. [사진=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특히 내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감소가 확연하다.

내과는 128명으로 석 달 전 132명 대비 4명이, 외과는 61명으로 동일 기간과 비교해 2명이, 소아청소년과는 66명으로 동일 기간 대비 9명 줄었다.

가정의학과는 55명으로 1명, 신경과는 21명이 3명,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명으로 1명 각각 늘었다. 신경외과는 2명, 비뇨의학과는 2명, 정형외과는 5명, 응급의학과는 6명, 방사선종양학과는 1명, 재활의학과는 2명, 정신건강의학과는 1명으로 석 달 전과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전담전문의 감소는 입원전담전문의 생태계 위험 신호이다. 

복지부 제도개선이 없다면 힘들게 쌓아올린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이 한 순간에 허물어 질 수 있다는 반증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전담 병동 종별, 지역별, 유형별 변화 현황. [사진=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의료계 내부는 의료질평가 지표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항목을 삭제한 부분과 함께 일명 'PA간호사'로 불리는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 후폭풍이라는 시각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인력 공백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을 의료개혁 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그리고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범위 등 실행방안을 구체화하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의 공백이 표면화된 작년 한 해 동안 입원전담전문의 인원은 오히려 늘었다.

23년도 12월말 326명에서 24년도 3월말 346명, 6월말 359명, 9월말 361명, 12월말 375명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의대 2천명 증원 정책 강행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 후 임상교수들 번아웃이 가중되면서 중증 입원환자 병동을 지키는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입원전담전문의 평가항목이 의료질평가 지표에서 삭제된다는 소식이 구체화 됐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병동 환자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지속한 것이다.

전문과별 입원전담전문의 인력 변화 현황. [사진=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문제는 간호법 제정이다.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진료지원간호사가 제도화되면서 병원들의 의료인력 배치에 변수가 생겼다. 

진료지원간호사 업무범위를 확장하는 복지부 움직임에 병원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외래와 수술실 뿐 아니라 병동에 진료지원간호사를 배치해 임상교수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인력구조를 재편 중인 실정이다.

구조 재편 과정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담전문의 증가세가 감소세로 급선회됐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입원전담 진료교수는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 의료질평가 항목 삭제는 어느 정도 버텨냈지만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에 따른 구조개편은 입원전담전문의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용 효과성을 중시하는 병원 경영진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과 유지에 대한 열정이 식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입원전담 진료교수는 "복지부의 포괄 2차 병원 사업 공표 후 지역병원들이 성과 지원금을 위해 내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중증환자를 경험한 젊은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주요 영입 대상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복지부 스스로 부인하고 축소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과계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들은 병동 간호사와 협력하는 새로운 진료 모델을 마련 중으로 팀제 운영에 따른 별도 수가와 교육 등을 복지부에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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