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세상

"항상 제자리" 한약제제분업·조제지침서...약사-한약사 갈등

뉴스더보이스 2021. 10. 28. 08:32

최은택 기자/ 승인 2021.10.28 06:05

백종헌 의원, 서면질의 통해 집중 추궁...복지부, "노력하겠다" 동어반복

국회가 한약제제분업과 조제지침서 개선을 위해 관련 연구사업을 수행하고도 오랜기간 팔짱만 끼고 있다며, 정부를 질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력한다거나 협의해 나가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약사와 한약사 간 갈등 문제도 여전히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답보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종합감사 서면답변을 27일 국회에 제출했다. 답변내용을 보면,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첩약 시범사업, 한방분업, 한약사제도 등 한의약 분야 이슈를 집중 추궁했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먼저 첩약조제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는 방법 중 한의원에서 환자를 통해서 약국에 처방전을 발행해 약국에서 조제한 것에 대해서도 급여를 적용시킨 이유에 대해 물었다. 또 한약사 1인당 가능 조제건수를 설정해야 하는 이유,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이 거의 발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 등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복지부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조제된 한약인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라며 "약사법 상 첩약(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자는 한약사와 한의사이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한의원과 한약국이 참여 가능하다"고 했다.

또 "첩약 시범사업 추진 당시 한약사회에서 '무자격자 한약 조제 방지 등의 목적'으로 한약사 1인당 1일 조제건수 설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면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과정에서 조제·탕전 현황을 모니터링해 1일 조제건수 설정 필요성 및 적절성 등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현재 한의계는 한방의약분업이 강제가 아니라 임의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환자 요구 또는 한의원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약국으로 처방전이 발행되고 있다"며 "임의분업상태인 현행 약사법 하에서는 한의사에게 처방전 발행에 대한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한방의약분업은 관련 직역단체를 포함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으로써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약제제분업과 조제지침서=한약제제분업 실시를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가 이미 1여년 전에 나왔는데도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언제 진행할 것인지 물었다.

또 조제지침서를 개정하기 위한 연구인 '(한)약국 조제한약의 기준 및 범위 연구' 보고서가 이미 오래전에 완료됐는데도 조제지침서 개정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질의했다.

복지부는 "한약제제분업 실시를 위한 연구는 2019년 11월 완료됐으며, 해당 연구결과에 따라 한약제제 발전협의체에서 한약제제 활성화 장기 추진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2019년 6월 '협회 내부 의견 수렴 필요'를 사유로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협의체에서 탈퇴했으며, 관련 단체 간 의견 대립 문제로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여기서 관련 단체는 대한약사회, 대한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한국제약협회를 말한다.

복지부는 "향후 관련 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한약제제발전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조제지침서와 관련해서는 "2016년도 이래, 관련 단체 및 전문가와 한약조제지침서 개정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직역 단체간 이견 대립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가령 대한한의사협회는 처방수 축소를, 약사회는 처방수 확대를, 한약사회는 처방 확대 및 합리화를 각각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2019년도에 진행된 '(한)약국 조제한약의 기준 및 범위 연구'에서도 단체 간 심각한 이견 대립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19년 12월 관련 고시의 일몰이 연장됐다"면서 "앞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합리적인 처방기준 합의안 도출을 위한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약사 vs 한약사간 갈등=지난 국정감사 때 해당 갈등 해결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책이 무엇인지 뭘었다.

복지부는 "현행 약사법 상 한약사는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한약사는 면허범위의 의약품을 조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의약품을 분리하는 기준인 식약처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에는 의약품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만 구분하고 있고, 품목허가 시 한약제제로 별도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의약품 분류 소관부처인 식약처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약사 제도=한방의약분업을 포기한 것인지, 또 한약사 제도에 대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최근 복지부는 한방의약분업이 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한약사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사회적 합의도 없이 한방의약분업을 목적으로 한약사제도를 만들었던 것인지 묻기도 했다.

아울러 한방의약분업을 목적으로 한약사 제도를 만든 뒤 20여년이 지나도록 한방의약분업을 진행하지 못해서 발생한 한약사들과 국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질 것인지 물었다.

복지부는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1993년 논의 당시, 한의약분야는 한방의약분업을 위한 상황이 성숙하지 못했으므로 우선 한약사 제도를 도입한 뒤, 상황이 충분히 성숙됐을 때 분업에 대한 재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방의약분업은 관련 직역단체를 포함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므로, 유관부처 및 관련단체들과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또 "한약제제 발전협의체에서 2016년도부터 유관부처 및 관련단체들과 관련 이슈들을 논의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회적 합의 도출 및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또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 약사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한 자로 한약에 관한 전문인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 컨대 올해 6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서 한약사들을 위한 서면 청구 시스템이 마련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약사회와 소통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