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상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보완·수정 요구 '최고점' 찍었다

뉴스더보이스 2021. 10. 1. 08:13

문윤희 기자/  승인 2021.10.01 06:44

제약·약국·유통, 약가인하 배제하는 'R-zone' 도입 "제고해야"
복지부, “업계 요구 최대한 근접한 정책 추진 노력“
이해관계자들 "업계 의견 반영 필요" 한 목소리

중복된 약가인하 정책 추진으로 행정적 업무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약국과 유통업계가 현행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 제도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도 '이점'으로 작용하는 요양기관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것을 비롯해 약가인하에 따른 반품, 정산 등으로 행정적 업무만 떠안고 있어 제도 시행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약가인하 시 행정적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한(30일) 만이라도 담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업계는 실거래가제 시행으로 요양기관 내 사용되는 약제가 중복적으로 인하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신약 투자 의지를 꺾는 현행 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한편 신약 개발 제약사에 파격적 감면 혜택 등 '당근'을 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평원과 복지부는 실거래가에 따른 약가인하제도 중 과도한 행정비용, 품목간 불균형은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보고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 저가구매 실효성 없고 행정업무만 가중

30일 열린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오인석 보험이사는 "약국은 다품목을 소량 가지고 있는 구조로 저가구매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약국은 전체 급여 의약품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저가구매 장려금은 0.1%대 비중을 보이고 있어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는 약국에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국은 장려금은 커녕 실거래가에 따른 재고정리, 반품, 차액 정산 등으로 행정업무만 가중되고 이에 따른 손실만 발생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결국 약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약가장려금제도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가정책 주요 목표가 접근성에 있으나 실제 현장은 약가로 인해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약국이 제도 시행으로 약가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실물 반품을 하는 사이 환자는 약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오 보험이사는 "결국 약국은 안전하고 신속하게 약을 제공하기 위해 재고를 항상 보유하는 상황으로 제도 시행에 따른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면서 "수없이 발생되는 약가인하 때마다 약가 공백 없애기 위해 희생하고 있음을 정부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인석 보험이사는 실거래가 약가인하에 따른 재정 절검 효과에 약국과 유통업계 차액 정산에 따른 행정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 시행으로 1000억원대 재정절감 효과를 본다고 말하는데 이는 약국과 유통업계 손실 규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약국은 시행일이 임박한 고시개정과 약가인하라는 틈에서 행정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약가인하시 예측 가능한 여유기간 확보가 필요하며 약품 정산 등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 산출을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정절감 효과에 약국과 유통업계 피해 빠져

 

김덕중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부회장은 "약가에서 10~20%는 유통비용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실거래가가 되면서 유통비용은 고려되지 않고 약가를 결정한다"면서 "도매상이 요양기관에 판매하는 기준을 약가인하 근거로 보면서 입찰을 구조적으로 유도하고 있어 저가 낙찰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국공립병원을 사후 약가관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1억 낙찰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대형병원에서 지나치게 낮은 약가를 선정하고 있어 과당 경쟁을 통해 도매사가 저가 입찰하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그는 "정부가 보험재정 절감 차원에서 이 같은 시장 왜곡을 묵인하고 있다"면서 "약가인하 차액 정산으로 인해 요양기관은 대량 반품 후 재주문을 하고, 차액 정산이 되는 기간은 수개월에 달해 유통업계가 받는 고통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인하 제도에 따른 반품임에도 일부 제약사는 100% 정산을 미루거나 일부만 하고 있고, 빠른 정산을 요구하는 등 유통업계는 요양기관과 제약사 중간에서 매우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제도 시행에 따른 어려움과 함께 반품에 따르는 행정적 업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약가인하 제도 시행 예고 기간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에 따른 약가인하를 진행해야 한다면 평가 기관에 국공립병원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발제자가 제안한 'R-zone'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zone 도입·원내의약품 감면 확대·R&D 투자 감면 필요

 

제약업계를 대표해 나온 HK이노엔 이병태 팀장은 제도 수용성이 일부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R-zone 도입 ▲원내의약품 감면 확대 ▲R&D 투자 감면율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병태 팀장은 먼저 "정부가 말하는 재정절감 효과 1%약제에 대해 추산해보려 했으나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산출을 하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제약협회가 약가인하 사회적 비용을 추정한 결과 500억원이 소요 되는데 여기에 약국가와 유통비용까지 포함하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개의 수치를 비교해 봤을 때 제도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서 "정부는 재정절감 측면에서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적정한 R-zone을 정해 도입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원내 의약품 감면율 확대와 관련해서는 "원내 사용이 많은 주사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주사제는 2016년 신설된 감면 30%를 적용해도 평균 2.6% 인하돼 내복제에 3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이처럼 약가인하가 일부 품목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주사제나 정신과 품목 등 원내 사용률이 높은 경구제에 대해서도 감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약개발 의지를 꺾는 현행 제도로 인해 제약기업의 투자 의지 역시 상실되고 있어 신약에 대한 감면 조치 등 '당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 팀장은 "정부는 신약개발지원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 약가인하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R&D 투자 의지를 꺾는 행위"라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에 확신한 보상을 주는 방안으로 R&D 투자 감면율 50%에서 더 확대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R&D 결과믈을 내놓는 회사는 약가인하를 면제하는 수준까지 감면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엿다.

"실거래가제 폐지…의료소비자, 약가 결정에 참여"

 

언론을 대표해 토론회 자리에 나선 최은택 뉴스더보이스 대표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글로벌 신약 제미글로의 약가인하 사례를 언급하며 신약에 대한 우대혜택이 사실상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정부는 많은 사후관리제도를 두면서 약가인하에 골몰하고 있다"면서 "정작 약제비 증가 기여도가 제일 높은 것은 사용량이라는 것을 알지만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후관리제도 적용대상 중 신약과 제네릭은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서 "신약은 등재부터 어려운 허들을 거쳐 사용량 약가인하, 특허만료 약가인하, 급여범위 확대에 따른 인하 등에 쌓여 반복적 약가인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미글로의 경우 2009년 등재 이후 매년 약가인하를 받은 케이스. 3번의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를 받았고, 급여확대로 또 한 번의 약기안하를 거쳐 현재 등재가격 대비 17%가 인하된 약가를 형성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서는 40%가 인하된다.

최 대표는 "정부는 통상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글로벌 진출 신약에 대한 대안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제도의 현행 유지에 대해서는 "저가구매나 약가인하가 특정 영역에 편중된 것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제도는 정교화 됐지만 10% 인하율 캡, 국공립병원 제외, 인하율 감면 등으로 약가 효과 반감되는 조치들이 많아 제도 실효성을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실거래가 상환제와 실거래가 약가인하가 연계된 제도인 만큼 상환제가 유용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은택 대표는 참조가격제와 미국에서 운영 중인 환자부담제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제네릭 품질의 신뢰가 문제이긴 하나 의약품 선택에 있어 의료소비자가 비용 인식을 하도록 보험자가 설정한 선 안에서 지불하는 제도 도입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심평원, 실거래가 약가인하 연구 진행

 

김애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제도 개선을 꾸준히 논의해 왔음에도 여전히 이해관계자들은 제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합리적 제도개선을 위해 연구를 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이 있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면 20년된 제도이니 정성적, 정량적으로 제도 개선을 하려면 꼼꼼한 실정 데이터 검증을 해야 한다"면서 "국공립병원 실거래가 조사 제외 전후 분석, 저가구매 장려금 지급 요양기관별 평균가 변화,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종합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다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현행 제도 운영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업계는 아쉬울 것"이라면서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정책 시행 목표 달성했는지 고민해야"

 

이날 양윤석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제도를 보완하며 제도 시행을 이어가는 목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제도 운영을 하면서 과정에서 과잉처방 문제, 유통구조상 마진 문제, 리베이트 문제 등을 거쳐 요양기관에 장려금까지 지급하며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를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당국 입장에서는 가격 문제가 국민들 보험료로 지급하다 보니 합리적 재정 측면에서 사후관리제도를 불가피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사후관리가 없으면 약품비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담당자로 고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지적한 과도한 행정비용, 품목간 불균형은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봤다.

양 과장은 또 "저가구매 장려에 대해 연구를 해서 업계와 소통을 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면서 "연구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회와 여러 관계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민입장에서 약품비 지출을 달성할 수 있고 업계도 수용 가능한 이상적인 목표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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